교통수단 마타투를 통해 엿보는 케냐 문화

어느 나라를 가나 버스, 지하철과 같은 교통수단이 항상 존재한다. 여느 나라와 달리 교통수단이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도시의 언어와 문화에 깊이 관여하는 곳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이다.

케냐에서 1년 동안 생활하면서 마타투 (Matatu)를 자주 타고 다니며 느낀 점은 마타투가 교통수단,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일상 속 이동을 마타투와 함께 하며 이동하는 것을 뛰어넘어 소통하고, 함께 음악을 들으며 또 하나의 문화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면서 교통수단에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모습은 케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 현상이었다. 마타투의 여러 역할을 이해한다면 케냐의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마타투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케냐의 여러 문화 현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케냐 교통수단 마타투 사진

사람들은 마타투에서 대화를 하며 언어를 발전시키고, 함께 음악을 듣기도 한다. 또한, 마타투 내외부 그라피티를 통해 자기 생각을 표출하기도 한다. 따라서 혹자는 마타투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마타투가 어떻게 케냐의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언어 (쉥 – Sheng), 음악 (케냐 힙합), 예술 (마타투 그라피티)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어떻게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나이로비 청년들만의 비밀언어, 쉥 (Sheng)

나이로비에는 청년들만의 언어, 쉥 (Sheng)이 있다. 쉥은 스와힐리어를 뜻하는 영어 단어 Swahili와 영어를 뜻하는 English의 합성어로 나이로비 동쪽 슬럼가에서 시작되어 발전한 언어이다. 쉥은 명사를 20개로 분류하는 스와힐리어의 문법 체계를 기반으로 명사를 3개로 분류하며 문법을  간단화하였고, 영어는 물론, 키쿠유 (Kikuyu) 어, 루오 (Luo) 어, 루히야 (Luhya) 어, 캄바 (Kamba) 어 등과 같은 케냐 내 주요 종족들의 언어 및 영어 단어가 합쳐져 있는 언어이다.

쉥이라는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케냐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케냐에는 공식적으로 44개의 종족이 있다. 종족마다 고유의 언어가 있으며 서로 다른 종족이 한 나라에서 공존하여 살아가기 위해 영어와 스와힐리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영국 식민지배를 겪은 이후,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영어 사용을 장려하여 케냐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교육을 받은 엘리트라고 보여줄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나이로비 동부의 하층민은 1950년대부터 자신들만의 언어인 쉥을 발전시켰고 70년 정도가 지난 오늘날에는 쉥으로 된 잡지가 출간되고 방송국에서도 쉥을 사용하면서 그 역할이 커져나가고 있다. 

케냐의 종족 구성 분포 그래프
케냐의 종족 구성 그래프

마타투 한 대에는 기본적으로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일한다. 버스 운전기사와 차장 1명 이상으로 나뉘며 운전기사는 운전에 충실하고 교통경찰에 대응하며 차장은 버스 운전기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호객과 승객들의 자리 위치를 선정하여 배치하고 승차비를 걷는 역할을 한다. 차장을 도와 길거리에서 호객을 전문으로 하고 일정 이상의 수고비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각기 다른 종족의 사람들이지만 소통을 하기 위해 주로 쉥을 사용하며 초반에 쉥을 전파한 주역이기도 하다. (마타투를 사용하는 승객들과 소통하고, 실시간으로 의미가 업데이트 될 때에도 마타투 차장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었다.)

호객 행위를 하는 차장

힙합 음악을 통해 알아보는 마타투의 역할

마타투를 타고 다니다 보면 고막에 울림이 느껴질 만큼 큰 소리의 힙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같은 노선을 여러 마타투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승객은 음악의 선호에 따라 어떤 마타투를 탈지 선택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마타투에서 나오는 힙합을 즐기는 것은 물론, 음반을 판매 및 구매하기도 한다. 마타투가 음악의 전파에도 기여를 하는 것이다. 

교통수단의 역할을 넘어 음반 판매의 무대가 되기도 하는 마타투는 나이로비 사람들의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하다. 사람들의 삶과 철학을 반영하는 음악 가사를 통해 알아보기 위해 한 힙합 음악의 가사를 일부 발췌해본다. 

음악 제목: 케냐 소녀와 소년 (Kenyan girl Kenyan boy)

가사 (일부): Hii track inaenda kwa wathii wote wa mathree, dere wa mathree, conda wa mathree, pia kama unapanda mathree… Necessary Noize! 

한국어 번역: 마타투의 노선은 마타투 운전기사, 마타투 차장, 그리고 마타투에 승차하는 당신까지 모두를 위한 노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비명!

이 음악의 후반부에서는 나이로비의 많은 청년들이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기 위해 마타투를 탄다는 가사도 나온다. 

이처럼 마타투는 교통수단의 역할은 물론,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교류를 하며 언어의 업데이트까지 새로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길거리도 전시회를 만들어버리는 마타투 그라피티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마타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라피티는 음악과 함께 승객들이 어떤 마타투를 타야 할 지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10년 동안 케냐 정부는 안전상의 이유로 과도한 그라피티를 금지했었으나 2016년, 마타투 그라피는 재허용되었다. 

화려한 그라피티에는 각종 인용구와 유명인들이 등장한다. 그라피티에서 인용하는 문장은 영어, 스와힐리어와 쉥을 이용하고 있으며 문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문장이 있기도 하지만 그라피티 예술가와 이를 읽는 사람 간 서로 맥락을 이해하고 있기에 내용을 이해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 인용구를 읽는 사람들이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미루어보았을 때, 그라피티를 통해서도 사람들이 생각을 교류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유명인의 경우, 마틴루터킹, 넬슨 만델라, 버락 오바마와 같이 흑인 출신의 정치가부터 시작해서 아프리카 출신 음악가인 펠라 쿠티(Fela Kuti), 사우티 솔(Sauti Sol)과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글로벌화로 인해 에미넴 (Eminem)과 같은 미국의 아티스트 또한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프리카 출신 유명인이 주 등장인물이다. 이를 통해 케냐는 물론 아프리카의 자부심을 표출하고 있다.

마타투의 화려한 그라피티

많은 사람들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마타투 산업

마타투는 케냐의 교통에 있어서 선두주자로 고용 창출 효과 또한 톡톡히 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 (ILO – International Labor Organisation)에 의하면 마타투 투자자는 65,000명이 있고 마타투 운영을 위한 직접 고용 (운전기사, 차장, 사무실 직원)은 35만 명에 달한다. 이 외에도 중고 중개상, 자동차 개조 및 수리, 그라피티 예술가 등 간접 고용 효과 또한 다양한 산업과 직결된다.

중고 버스를 마타투로 개조하고 있는 모습

마타투 운전기사의 월급은 45,000 케냐 실링 (한화 약 52만 원), 차장은 30,000 케냐 실링 (한화 약 34만 원) 정도 된다. 그라피티의 경우 소형 마타투 (15인승)를 기준으로 차량 전체를 작업할 경우 300,000 케냐 실링 (한화 약 340만 원)에서 최대 400,000 케냐 실링 (한화 약 460만 원)까지 가격이 다양하다.

교통수단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마타투

이처럼 케냐에서 마타투는 단순한 교통수단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물론,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 소셜미디어와 같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을 통해 그들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은 케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유한 사회 & 문화 현상이다.

케냐 마타투 관련 링크 및 출처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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