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것만이 아니고, 삶에 중요한 것을 알아가고 그것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의도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철학이라는 걸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속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미니멀라이프가 공존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각각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택한 계기 그리고 각자의 실천 방법을 이번 글에서 알아보고 이들처럼 의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
‘더 미니멀리스트’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더 미니멀리스트(The Minimalists)’로 활동하는 두 친구 조슈아 필즈 밀번(Joshua Fields Millburn)과 라이언 니커디머스(Ryan Nicodemus)다.
미니멀리즘을 퍼트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 보자.
조슈아 필즈 밀번
미니멀리즘을 시작한 계기
그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을 하고 술 중독과 가난에 시달리며 조슈아에게 든든한 버딤목이 되어주지 못했다.
불안정한 어머니와 가난을 뒤로하고자 숨 가쁘게 돈을 벌고 있던 조슈아에게 어느 날 어머니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온다. 회의 중이었던 그가 어머니의 긴급한 전화를 안 받은 건 당시 그가 얼마나 일에만 몰두하고 물질적인 욕구에 충실했었는지 잘 보여준다.
결혼생활도 소홀히 했던 그는 결국 같은 시기에 어머니의 죽음과 아내와의 이혼을 동시에 경험한다.
충격을 받은 그는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이를 계기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조슈아는 그동안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던 것은 물론이고, 직장에서는 오로지 승진과 연봉만 보며 일을 했으며,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계속 미뤄 왔고, 과도한 소비로 인해 빚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우연히 SNS로 접한 미니멀리스트 이야기를 듣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로 마음먹는다.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실천
그가 제일 먼저 실천한 것은 하루에 한가지의 물건을 버리는 것이었다.
하루에 한 가지의 물건을 버리는 작은 실천은, 30일 후 총 30개 이상을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라이언 니커디머스
미니멀리즘을 시작한 계기
라이언은 11살부터 알게 된 친구 조슈아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부모님의 이혼을 보아야 했고 본인도 보살피지 못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안정적인 생활과 직업을 가진 아버지와 살게 되지만 라이언은 방황을 하며 마약과 술을 가까이했다.
부모님이 주지 못한 풍족함을 꿈꾸던 라이언과 조슈아는 졸업 후 각자 돈을 버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길이 꼭 행복한 길만은 아니었다.
라이언은 아버지의 인테리어 시공 사업을 도왔지만 버는 돈에 만족하지 못했다. 또한, 19살에 결혼한 여자 친구와 3년 끝에 이혼을 맞이하고, 끊었던 술과 마약을 다시 시작하면서 어렸을 적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한편, 일에 몰두하며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고 있던 조슈아가 라이언을 회사에 취직시켜줬고, 친구처럼 라이언은 빠르게 승진을 하면서 원하던 그 이상의 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물론, 행복을 같이 누릴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살아가던 중, 서른도 되지 않은 조슈아는 어머니의 죽음과 아내와의 이혼을 마주하고, 그 계기로 접하게 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행복해진 조슈아를 보면서 의문이 든 라이언은 어느 날 조슈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넌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행복해?” 친구의 대답은, 이제 라이언의 인생에서 떼어낼 수 없는 미니멀리즘과 인연으로 이어진다.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실천
라이언의 미니멀리즘은 ‘짐 싸는 파티 (Packing Party)’로 시작됐다. 마치 이사를 가는 것처럼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박스에 옮겨 담고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그것만 빼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3주 뒤, 라이언은 박스에서 꺼내지 않은 물건이 꺼낸 물건보다 훨씬 많은 걸 눈으로 확인한다. 꺼내지 않은 물건은 기부하거나 중고로 팔았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모두 비우니 정말 소중한 것들로 채울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고 한다.
커트니 카버
이처럼 미니멀리즘의 대중성을 전반적으로 높인 ‘더 미니멀리스트’의 두 남자가 있다면 ‘미니멀리즘의 여자’는 바로 미니멀 옷장을 퍼트린 커트니 카버가 대표적이다.
미니멀리즘을 시작한 계기
한 가정의 아내로, 한 회사의 직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커트니는 2006년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는다.
건강을 위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알게된 건, ‘간소함’(simplicity)으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간소함을 사람들과의 관계, 경제적인 습관 등 삶의 모든 면에 응용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철학은 패션 아이템 같이 물질적인 것들에 적용될 수도 있었다.
그녀는 불필요한 쇼핑을 하는 습관 때문에 언제나 옷장에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때문에 매일 옷을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선택의 대한 스트레스가 따라왔다. 이런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간소함의 철학을 응용하여 캡슐 옷장 챌린지 “프로젝트 333 (Project 333)”을 시작했다.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실천
그녀가 시작한 “프로젝트 333”은 3개월 동안 33개의 아이템으로만 스타일링을 하는 도전이다.
이 도전의 초반에는 단 33개의 옷을 반복적으로 입는다면 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를 만나야 하는 직장에서도 작은 옷장은 불편하기는 커녕 매일 무엇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스트레스를 덜어주었다.
프로젝트 333(혹은 ‘333 옷장’)은 커트니처럼 선택과 물건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많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이 도전을 시도해 본 사람들의 다양한 후기를 찾아볼 수 있다.
리오 바바우타
리오 바바우타(Leo Babauta)에게 따르는 수식어가 몇 가지 있지만 블로그 “젠 해비츠(Zen Habits)”의 창시자로서 가장 많이 알려진 듯하다.
해외에서 블로그 혹은 블로거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한 초창기에 그의 사이트는 2009년 타임 매거진의 올해의 블로그에도 선정되었다.
또한 “더 미니멀리스트”의 조슈아 밀번이 미니멀리즘을 처음 접하게 된 블로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기 블로거, 생산성 향상 도서의 저자, 그리고 여섯 아이의 아버지인 리오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미니멀리즘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플루언서다.
미니멀리즘을 시작한 계기
괌 (Guam) 출신인 그는 글을 쓰며, 그가 묘사하기로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쌓여 있는 빚과 하루에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우는 습관이 평범하다면 말이다.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이 되고자 습관을 바꾸려는 다양한 공부와 시도를 했고, 그의 노력 끝에 담배를 끊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계기로 연이어 새로운 생활습관을 이어나갔다.
금연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로 마라톤을 도전했고, 달리기 덕분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렀고, 경제적인 계획을 세우며 쌓인 빚까지 모두 청산했다. 이렇게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습관 등을 삶에서 떼어내는 것도 미니멀리즘의 모습이다.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실천
그의 8인 가족은 괌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기 전 여섯 아이의 장난감을 정리했다. 대신, 정리를 놀이로 바꿨다.
안 쓰는 장난감을 몇 개나 박스 안에 넣을 수 있을까? 그 장난감을 더 좋아해 줄 친구들한테 주면 얼마나 기뻐할까?
아이들에게 애착있는 장난감을 치우는 게 아니고 더 잘 가지고 놀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이었다.
우리나라의 한 EBS 다큐멘터리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쓰지 않는 장난감을 정리해도 부모의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없어진 장난감을 찾지 않았다.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 금방 버리게 되는 장난감. 미니멀리즘을 통해 불필요한 장난감 소비를 줄이고, 집 안에 공간을 늘리며, 환경에 도움도 되는 선택을 하는 건 모두에게 이득이 아닐까 싶다.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들 처럼 삶을 개선하고 싶다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철학이 미니멀리즘이다.
필요한 것에만 소비를 하고, 중요한 것에만 시간을 투자하며, 가지고 있는 물질적 그리고 정신적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누구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자도 나만의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내가 선택한 의도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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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최희윤, 한국어 편집